1980년대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약간 진기명기 스타일의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신기한 것들을 보여준다는 컨셉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중에는 어린 아이가 주판으로 계산하면서 전자 계산기로 계산하는 성인보다 빠르게 답을 내는 장면도 있었다. 물론, 전자 계산기로 계산하는 성인은 답을 틀리게 하는 깨알 같은 설정도 잊지 않았었고......
IBM 의 수퍼컴퓨터 딥블루가 러시아의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1996년 이겼을 때 나는 체스처럼 단순한(?) 게임을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바둑을 놓은 지 20여년이 되어가지만, 당시 아마 3급 수준의 초보의 눈으로 보는 프로 기사들의 기력은 한창 유행하던 '신의 한 수' 같은 비장함이 있어 보였다.
그런 내게 당시 불세출의 기사로 일컬어지던 이세돌이 2016년 인공지능에 바둑을 지던 날, 나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이 이제 시간의 문제이기만 하구나 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물론, 지금의 세상이 되리라 생각한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주판처럼 인간은 철저하게 과거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존재구나 하는 감정과 앞으로의 세상에 올라탈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역시 운과, 그런 운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올라탈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 무작위처럼 보이는 준비(그 또한 운의 영역의 일부인)가 모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 게시판들에서 지금 고수준의 프로그래머들이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 만으로 초급 프로그래머들 만을 대체할 정도이고, 자신들의 자리는 오래도록 유지될 것이라 믿는 상황은 예전 프로 바둑 기사들이 인공지능을 무시하던 시절이 떠올린다.
그나마 바둑은 인공지능이 더 잘하더라도 인간이 하는 것을 지켜보는 수요라도 있지, 프로그래밍은 철저히 결과물의 시장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밀리는 순간 소멸할 직업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정점은 인공지능이 주어진 조건이나 설명을 기반으로 스스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순간일 것이고......
아주 오래전에는 글씨를 예쁘게 쓰는게 아주 중요했다. 회사에도 타자기가 몇 대 없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안을 모두 수기로 작성했기에 글씨는 중요했고 그래서 천년필로 글씨를 연습하고 그런 것을 가르쳐주는 학원도 있었다. 지금 보면 전설 속에서 나올 것 같은 느낌인데...
인간은 미래의 그때에도 여전히 여러가지 방식으로 살아 가겠지만,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 것이다. 아마 그때에는 프로그래밍이 공중전화 같은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주 오래된 노래의 "야윈 두손엔 외로운 동전 두 개 뿐" 하는 가사처럼, 프로그램을 만들어 컴퓨터로 작업을 하던 추억을 다음 세대에게 들려주면 동전 두 개가 왜 필요한데? 하는 질문처럼 프로그래밍이 뭐야? 라는 질문들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인공지능이 굳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중에는 인간이 요구 사항만으로 직접 기계어에 준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래밍을 직접 하거나 하드웨어 자체를 제작하는 세상이 올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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